LIQUID MOD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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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quid Modernity
22 NOVEMBER 2025 – 10 Januiary 2026
jo jae
HAEVAN LEE
SIKYUNG SUNG
PRESS RELEASE →
BB&M은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1990년대생 작가 조재, 이해반, 성시경의 그룹전 《유동 근대(Liquid Modernity)》를 개최한다. 정보화와 세계화, 소비문화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변화의 속도가 멈추지 않는 동시대적 조건에서 각자의 지각적 체계를 구축해왔다. 세 작가는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바탕으로 동시대 환경이 만들어낸 감각, 물질, 기억, 이미지의 역학을 재해석 하며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하는 불안정한 존재론을 탐색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말한 ‘고체 근대(Solid Modernity)’는 제도, 규범,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던 시대를 가리킨다. 반면 ‘유동 근대(Liquid Modernity)’는 1970년대 이후 사회적 구조가 급격히 변이하고 역할이 반복하며 재조정되어 존재의 기반이 불분명해진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성장한 작가들은 고정된 조형 언어를 따르기보다 유연한 형식과 실험적 접근을 통해 속도, 불확실성, 지각의 파편화를 자신만의 회화적 문법으로 전환한다. 이들의 작품은 이미지 과잉 속에서 흔들리는 세계 인식과 정체성의 변화를 시각적 리듬으로 포착한다.
조재는 빠른 일상 속에서 소거된 감수성의 층위를 섬세하게 복원한다. 그는 도시의 잔여물, 기계 부품, 포장재와 같은 사물의 파편을 채집해 손으로 빚은 뒤, 이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고 다시 인화지를 캔버스 위에 정착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며 물성과 비물질성 사이의 전환을 탐구한다. 이러한 방식은 감각을 능동적으로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작동하며, 가속된 시각 환경을 식히는 ‘쿨 다운 타임(Cool-down time)’의 내적 시간을 의미한다. 물질과 이미지의 왕복은 유동 근대의 속도성이 약화시킨 지각적 리듬을 재정렬하는 시도로 이어진다.
DMZ 인근 강원도 철원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현재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이해반은 경계 지대에서 포착한 장면을 바탕으로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구성한다. 〈배틀 그라운드(Battleground)〉 시리즈는 화면에 흩뿌려진 물감과 희미한 빛의 자취를 통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긴장과 억눌린 감정이 흐르는 심리적 지형을 드러낸다. 그의 풍경은 유동 근대에서 더 이상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는 경계의 위태로움을 시각화하며 현실과 비현실, 고요와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인식의 틈을 형성한다. 이러한 초현실적 장면들은 경계가 흐려진 시대의 감각적 조건을 관객이 직접 체감하도록 만든다.
성시경은 자유로운 붓질과 과감한 색채로 즉흥성과 구조, 우연성과 질서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그는 구체적인 형상을 제시하기보다 선과 면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과정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장면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의 신작은 자유로운 추상과 절제된 추상 두 흐름으로 전개된다. 전자는 개방적인 구성 속에서 붓의 움직임의 흔적을 좇고, 후자의 〈개미놀이(Ant Play)〉 연작은 이러한 자취를 확장해 반복과 패턴의 체계로 재구성한다. 성시경의 작업은 고정된 규칙이 해체된 자리에서 우연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변주성을 드러내며 유동 근대의 불안정한 세계를 회화적 진동으로 번역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탄생한 화면은 통제와 해방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가변적 질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 작가의 작품은 변하는 감정과 끊임없이 갱신되는 정체성의 순간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하여 관객을 변화시키는 관계의 장으로 이끈다. 이번 전시는 현실이 남긴 회화적 흔적을 따라 감각, 기억, 시간이 교차하는 장면을 펼쳐 보이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회화가 사유의 공간을 어떻게 다시 열 수 있는지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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