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정원 | 애쉬몰린 박물관, 옥스퍼드
이진준의 옥스퍼드대학교 박사논문 「빈정원 –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의 리미노이드 여행」이 영국 애쉬몰린 박물관에 정식 구입되어 영구 소장됩니다. 1683년 설립된 애쉬몰린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대학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소장은 한국에서 출발한 동시대 예술 연구가 국제 공공 컬렉션의 맥락 안으로 편입된 드문 사례입니다.
길이 10미터의 한지 두루마리 형식으로 제작된 「빈정원」은 조선시대 문인들의 ‘의원(意園)’ 개념을 오늘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다시 사유하는 연구이자 작업입니다. 이 논문은 AI와 데이터 중심의 기술 환경을 배경으로, 속도와 효율의 체계 바깥에서 인간의 감각, 기억, 사유가 어떻게 다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진준은 이를 통해 데이터를 단순히 축적하거나 처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원을 가꾸듯 천천히 돌보고 경험하는 관계적 실천으로서 ‘데이터 가드닝(Data Gardening)’을 제안합니다.
이 작업에서 형식은 내용의 외피가 아니라 논지의 일부를 이룹니다. 독자는 두루마리를 따라 이동하며 텍스트를 읽고, 그 과정에서 동아시아 정원의 ‘거닐기’에 가까운 신체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빈정원」은 논문인 동시에 공간적 구조를 지닌 작업이며, 읽기와 이동, 사고와 감각이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장을 구성합니다. 애쉬몰린 박물관의 영구 컬렉션 편입은 한국의 예술·인문학적 연구가 장기적인 공공 지식의 자산으로 보존되고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